요한계시록 9장 주제 묵상

요한계시록 9장 주제 묵상

서론: 요한계시록 9장의 의미

요한계시록 9장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나팔 심판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장면을 기록합니다. 앞서 8장에서 네 개의 나팔이 불려졌을 때 자연 세계에 재앙이 임했지만, 9장에서는 인간을 직접 겨냥한 심판이 펼쳐집니다. 이 장에서 등장하는 무저갱에서 올라온 황충과 유브라데에 결박된 네 천사는 하나님께서 죄악된 세상을 향해 행하시는 공의로운 심판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서운 심판 속에서도 인간은 회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이는 인간 본성이 얼마나 완악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본 장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 아래서 이루어지는 심판의 과정과, 여전히 하나님께 돌이키지 않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깊이 묵상하도록 합니다.

다섯째 나팔: 무저갱에서 올라온 황충 (계 9:1-12)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요한은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를 보니 그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계 9:1)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땅에 떨어진 별’(ἀστὴρ ἐκ τοῦ οὐρανοῦ πεπτωκὼς, astēr ek tou ouranou peptōkōs)은 단순한 천체가 아니라, 타락한 천사나 사탄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존재가 ‘무저갱의 열쇠’(ἡ κλεὶς τοῦ φρέατος τῆς ἀβύσσου, hē kleis tou phreatos tēs abyssou)를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권세 아래에서만 심판이 이루어짐을 의미합니다.

이 존재가 무저갱을 열자 연기가 올라오며, 연기 속에서 황충이 나와 땅의 사람들을 해롭게 합니다(계 9:2-3). 황충(ἀκρίδες, akrides)은 전통적으로 메뚜기 떼를 연상시키지만, 본문의 황충은 일반적인 곤충이 아니라 초자연적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들에게는 "전갈과 같은 권세가 주어졌더라"(계 9:3)라고 기록되었는데, 이는 그들의 공격이 단순한 식물 파괴가 아니라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능력이 있음을 나타냅니다.

이 황충들은 "이마에 하나님의 인을 받지 아니한 사람들만 해하라"(계 9:4)는 명령을 받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보호하시며, 그들의 구원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황충들의 공격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달 동안 극심한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계 9:5).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계 9:6) 상황에 놓이며, 이는 인간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절망을 상징합니다.

황충들의 모습은 매우 독특하게 묘사됩니다(계 9:7-10). 그들은 "전쟁을 위하여 준비한 말들 같고, 머리에는 금 같은 면류관이 있으며, 얼굴은 사람의 얼굴과 같으며, 머리털은 여자의 머리털 같고, 이빨은 사자의 이빨 같고" 등의 특징을 가집니다. 이러한 묘사는 이 존재들이 단순한 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영적 세계에서 오는 강력한 심판의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황충들의 왕은 ‘아바돈’(Ἀβαδδὼν, Abaddōn) 또는 ‘아폴루온’(Ἀπολλύων, Apollyōn)이라고 불리는데(계 9:11), 이는 히브리어와 헬라어에서 모두 ‘파괴자’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사탄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높으며, 악한 영적 세력이 인간을 괴롭히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여섯째 나팔: 유브라데에 결박된 네 천사의 심판 (계 9:13-19)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 때, 하나님께서는 "큰 강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 주라"(계 9:14)고 명령하십니다. 유브라데 강은 성경에서 중요한 역사적, 신학적 의미를 가지며, 이 강은 종종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는 경계로 등장합니다(창 15:18, 렘 46:10).

이 네 천사는 "그 년, 월, 일, 시에 이르러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준비된 자들"(계 9:15)로서, 하나님의 정해진 시간에 따라 활동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속에서 심판이 이루어지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아래 진행됨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이끄는 군대는 "이만만"(계 9:16), 즉 2억 명에 달하며, 그들의 공격으로 인해 인류의 삼분의 일이 죽임을 당합니다. 이 군대는 불과 연기와 유황을 내뿜으며(계 9:17-18), 이는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나타냅니다. 또한, 불과 유황은 종종 지옥의 심판과 관련된 요소로 등장하는데(계 14:10, 20:10), 이는 이 심판이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영적 심판임을 시사합니다.

인간의 완악함과 회개의 부재 (계 9:20-21)

이 엄청난 재앙과 심판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이 재앙에 죽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그 손으로 행하는 일을 회개하지 아니하고"(계 9:20)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인간의 죄성이 얼마나 깊은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귀신들과 우상들에게 경배하며"(계 9:20), 살인과 음행, 도둑질을 멈추지 않습니다(계 9:21). 이는 심판이 주어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인간이 하나님께 돌이키는 것이 아님을 나타냅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은 더욱 강퍅해지며, 자신의 죄악 속에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론: 하나님의 심판과 인간의 반응

요한계시록 9장은 하나님의 심판이 단순한 자연재해나 전쟁이 아니라, 인간의 죄에 대한 영적 심판임을 강조합니다. 무저갱에서 나온 황충과 유브라데에서 풀려난 네 천사의 군대는 하나님께서 죄악된 세상을 향해 공의롭게 심판하시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심판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회개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장은 신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하나님의 심판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의 죄는 반드시 심판을 받습니다. 둘째, 하나님의 백성은 그분의 인치심을 받아 보호받으며, 결국 승리하게 됩니다. 셋째, 우리는 회개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하나님 앞에서 더욱 겸손하고 신실한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심판의 날이 오기 전에 우리는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구원을 확신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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